임지현 카렌 페트로네(Karen Petrone) | 비교역사문화연구소
304쪽 | 2011년 1월 18일
Palgrave Mcmillan 펴냄
영국의 팔그레이브에서 출판된 《대중독재와 여성-지구적 관점》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학술 출판사인 팔그레이브에서 ‘20세기 대중독재’ 시리즈를 출간하게 된 것은 한국 인문학계에 소중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서구의 패러다임’을 소개·보급하는데 자족했던 한국 인문학계의 고질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한국 학자에 의해서 창출된 연구 성과를 전 세계의 학자들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는 의의를 지니는 것이다. ‘20세기 대중독재’ 시리즈는 급변하는 한국의 역동적 정치 현실에서 추진력을 얻어, 한국연구재단의 지원 아래 2002년 12월부터 2008년 8월까지 6년에 걸쳐 진행된 ‘대중독재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다. 연인원 50명이 넘는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했던 각종 학술대회와 세미나를 통해 ‘대중독재’ 프로젝트는 ‘서구와 비서구’, ‘제국과 식민지’ 사이의 범주적 경계를 가로질러 20세기 세계사에 대한 명실상부한 트랜스내셔널한 연구 프로젝트로 발전할 수 있었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중요한 결실인 팔그레이브의 ‘20세기 대중독재’ 시리즈 총 4권 가운데 첫 출간된 책인 《Gender Politics and Mass Dictatorship: Global Perspective》는 2010년 2월에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 출간된 《대중독재와 여성》의 수정·증보판이라고 할 수 있다.
Gender Politics and Mass Dictatorship: Global Perspectives
‘20세기 대중 독재’ 시리즈 가운데 제일 먼저 선을 보이는 《대중독재와 여성 - 지구적 관점》은 역사적 행위자로서의 대중이 세상을 전유하는 방식에 대한 독일 ‘일상사’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이 책은 여성의 역사적 이미지가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독재의 희생자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사의 행위자로 바뀌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역사적 행위자로서의 여성에 주목한다는 것은 남성 중심의 젠더 식민주의적 시선에서 벗어나 여성의 행위주체성을 복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만들어진 주체로서 여성들이 대중독재의 동원 체제에 동원되는 현상을 직시하면서도 권력의 동원 논리를 전유하여 자아실현의 계기로 삼으려는 역사적 행위자로서의 여성들이 모순적인 삶의 궤적을 대중독재와 젠더정치라는 틀 안에서 충실하게 추적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이 책은 ‘대중독재’ 개념에 기초해서, 20세기 유럽 및 아시아의 독재체제와 일본과 같은 식민 제국 등이 추구했던 젠더정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세기의 독재체제는 남성과 여성을 국가 정책의 자발적인 참여자로서 동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젠더 정치를 적극 활용했다. 역설적으로 이를 통해서 독재체제 아래에서 여성은 자발적 동원의 대가로 그 동안 남성들이 지배해왔던 공적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독재체제 아래 남성이든 여성이든 젠더정치의 수동적인 대상에 불과했던 것은 아니었다. 남성은 독재체제가 자신들의 위해 고안했던 남성적 역할을 종종 거부했고, 여성들은 공적 영역에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자기실현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이 책은 체제의 포섭과 개인적 전유의 양극에서 끊임없이 동요하면서 대중독재의 정치적 기획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젠더화된 동시에 젠더적 경계를 넘어서려는 대중들의 다층적 삶을 드러낸다.
이 책은 또한 명실상부 전지구적인 범위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의 부제인 ‘전지구적 관점’은 대중독재의 젠더정치에 대한 풍부한 역사적 비교를 생산하고자 하는 트랜스내셔널한 학문적 시도를 반영한다. 이 책이 다루는 독재 체제는 서구와 비서구, 제국과 식민지를 가로질러, 영국의 파시즘과 식민주의, 독일의 나치즘과 역사적 사회주의, 소련의 스탈린주의, 폴란드의 역사적 사회주의, 중국의 마오주의 시대, 일본의 총력전 체제, 한국의 개발독재 등 포괄한다. 13명의 국내외 연구자들은 위로부터의 ‘자기 동원’과 아래로부터의 자아실현을 조사하면서, 대중독재의 젠더정치를 전지구적 차원에서 비교사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필자 소개
Jie-Hyun Lim(임지현,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소장)
Karen Petrone (카렌 페트로네, 미국 켄터키 주립대 교수)
Babara Einhorn (바바라 아인혼, 영국 서섹스대 교수)
Claudia Koonz (클라우디아 쿤츠, 미국 듀크대 교수)
Sangsoo Kim (김상수, 한국외대 교수)
Woonok Yeom (염운옥, 이화여대 지구사연구사 연구교수)
Alf Lüdtke (알프 뤼트케, 독일 에어푸르트대 명예교수)
Kyu hyun Kim (김규현,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
Michale Kim (마이클 김, 연세대 교수)
Yonson Ahn (안연선,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 한국학 강사)
Michael Schoenhals (미하엘 쉔할스, 독일 룬트대 교수)
Eun-shil Kim (김은실, 이화여대 교수)
Małgorzata Mazurek (마우고자타 마주렉, 포츠담 독일 현대사 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