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제4회 “국경을 넘는 어린이‧청소년 역사책” 심사과정 및 본심 심사평
심사과정:
올해로 제4회 시상식을 맞이하는 “국경을 넘는 어린이‧청소년 역사책” 심사위원회는 2015년 11월 1일부터 2016년 10월 31일 사이에 출간된 도서들을 대상으로 하여 엄정하게 심사하였다. 심사는 트랜스내셔널의 취지와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도서를 선정하기 위해 예년처럼 예심과 본심의 두 단계로 진행되었다. 예심위원들은 ‘국경을 넘는 혹은 트랜스내셔널을 지향하는 역사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치열한 논쟁을 펼쳤고, 이에 대한 개념을 다음의 합의를 이루었다.
국경을 넘는 역사, 트랜스내셔널 :
①발전론적 세계관과 민족주의, 국가주의, 중앙중심주의 등 근대사학을 이끌어온 거대 담론에서 탈피하는 이야기, ②기존의 남성중심주의, 서양중심주의 등 거대사의 관점을 탈피한 여성사나 교류사, 지역 세계사, 향토사, 평화사 등을 지향하는 이야기, ③기존의 역사책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의 이야기로서 각종 고정관념이나 여성ㆍ소수자ㆍ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으로 점철된 ‘경계’를 넘나들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평화와 공존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이야기
아직까지 학계나 교육 현장에서 합의된 개념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개념 정의를 거친 뒤 예심은 2016년 4월 7일에서 2016년 12월 27일까지의 기간 동안 총 6차례에 걸쳐 개최되었으며, 이와는 별도로 온라인 회의도 수시로 진행되었다. 심사 기준에 걸맞은 책들을 찾기가 예상했던 이상으로 힘들었다. 그럼에도 본 상의 제정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책들로 추천도서를 선정하기 위해 총 5권의 추천도서(아래 도서목록 참조)를 선정하여 본심위원회에 제출하였다.
본심위원회는 2017년 1월 24일에 개최되었다. 예심 단계에서 이미 상당 수준의 심사가 이루어진 만큼, 본심에서는 예심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상 제정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작품들을 선정하는 데 최선을 다하였다. 본심위원회에서는 다시 한 번 트랜스내셔널이라는 가치를 존중하면서 완성도, 가독성, 확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아래와 같이 수상작을 선정하였다.
수상작 및 예심통과도서목록, 추천도서, 심사위원 명단
◆ 수상작
청소년 부문 대상
『(분노하기 전에 알아야 할) 쟁점 한일사』(이경훈 지음, 북멘토, 2016)
청소년 부문 장려상
『일제강점기 그들의 다른 선택 - 광복을 염원한 사람들, 기회를 좇은 사람들』(선안나 지음, 피플파워, 2016)
◆ 예심통과도서
어린이 부문
『503호 열차』(허혜란 지음, 샘터사, 2016)
『평화무임 승차자의 80일 - 5인의 독립운동가를 찾아 대륙을 누빈, 다훈이의 격하게 뜨끔한 여행기』(정다훈 지음, 서해문집, 2016)
청소년 부문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 미국 인디언 멸망사』(디브라운 지음, 최준석 옮김, 길, 2016)
◆ 추천도서
어린이 부문
『503호 열차』(허혜란 지음, 샘터사, 2016)
청소년 부문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 미국 인디언 멸망사』(디브라운 지음, 최준석 옮김, 길, 2016)
◆ 예심위원회 위원 명단
이동욱(숙지고등학교 교사, 위원장), 윤준기(예봉초등학교 교사), 최정아(동화작가), 한미경(동화작가) (이상 가나다순)
◆ 본심위원회 위원 명단
허병두(숭문고등학교 교사, 위원장), 강민경(동화작가), 김기정(동화작가), 윤준기(예봉초등학교 교사), 이동욱(숙지고등학교 교사), 최정아(동화작가), 최혜주(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한미경(동화작가) (이상 가나다순)
본심 심사평:
본 심사위원회에서는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1월 사이 출간된 어린이‧청소년 역사책 가운데,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일제강점기 그들의 다른 선택』, 『쟁점 한일사』, 『평화무임 승차자의 80일』, 『503호 열차』 등(가나다순) 예심위원회에서 추천한 다섯 편의 도서를 심사하였다. 분야별 도서 선정 방식은 본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선정하기로 하였다. 출판사에서 연구소로 보내준 110여 권과 예심위원들이 서점에서 직접 살펴본 50여 권의 역사책을 대상으로 수차례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어린이·청소년 역사책의 절대 다수가 한국사를 민족사 또는 일국사적 관점에서 다룬 책들이라 예심을 통과한 책은 많지 않았다.
이 가운데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는 기록의 의미가 크고 탈중심의 역사를 지향했다는 점에서 본 상의 취지에 맞는 훌륭한 역사책이다. 하지만 4곳 이상의 출판사에서 지속적으로 출간되어왔고, 이 출판사에서는 새로이 출간이 되었지만 본상의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본 심사에서는 제외하였다. 그럼에도 이 책은 청소년이라면 꼭 봐야할 고전이며, 좋은 고전은 계속 발굴하고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여 추천도서에 이름을 올리기로 하였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기존의 작품들이 주로 독립운동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일제강점기 그들의 다른 선택』은 독립운동가와 친일파를 짝지어 같은 시대를 서로 다르게 산 인물들의 일대기를 조명하며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의 자세인가를 청소년 독자들이 스스로 묻게끔 살펴본 책이다. 가문, 경제활동, 여성, 문인, 언론, 군대 등 다양한 방면에서 독립운동가와 친일파의 삶을 ‘대비’의 형식으로 구성하여, 선택의 갈림길에서 대의를 향해 가는 삶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친일파의 기록을 찾고 그들에 대한 기록을 하는 데 있어서 적잖은 수고가 필요했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객관적 서술을 유지하다 간혹 보이는 작가의 개입과 도덕적 교훈을 강조하는 가치 지향적인 의도와 역사를 도구적, 교훈적 수단으로 학생들에게 삶의 지향점을 제시한 교훈서로서의 색채가 엿보인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친절하면서도 간결한 문체, 흥미로운 인물사적 서술을 통해 인간의 선택과 의지, 상황 등이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점을 무난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회는 『일제강점기 그들의 다른 선택』을 청소년 부문 장려상으로 선정하였다. 다만 이 책을 어떻게 읽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자칫 일제강점기 모든 인물의 삶이 유의미하다는 오독의 소지가 있기에 대상 범위가 어린이보다는 좀 더 사고가 무르익은 청소년에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쟁점 한일사』는 한‧일 관계에서 쟁점이 되는 9가지 주제를 선정하고 그 원인과 배경, 전개과정과 이를 극복하려는 양국의 노력에 관해 잘 정리한 책이다. 이는 기존 한‧일 관계에서 무조건 배척하고 혐오하며 무작정 분노했던 내용들에 대해서, 차분하고 친절하며 이성적인 어조로 진짜 분노해야 할 지점을 알려준다. 나아가 문제 해결의 방향 역시 꼼꼼히 짚어가면서 한‧일 양국의 역사 인식을 공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일간 갈등이 확대 재생산되는 본질을 정확히 지적하고 인권과 평화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역사적 시각의 중요성을 시종일관 톺아보며 지나친 민족주의적, 애국주의적 자세를 배제하고 있다. 아울러 한‧일 쟁점과 갈등이 이데올로기와 정부라는 거대 중심으로부터 촉발되었으며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 양국 국민들이 노력할 점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미래의 시민인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전지구적 공존의 윤리를 심어주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본 상의 취지에 가장 적합하다는 의견에 이의가 없었다. 이에 따라 심사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쟁점 한일사』를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평화무임 승차자의 80일』은 독립운동가 5인의 이야기를 풀어낸 책으로 현재와 과거를 교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현장감이나 작가의 문제의식도 뛰어나지만 치밀하지 못한 서술과 편집, 기획이나 구성상의 혼선 등 이 상의 취지를 대표하는 책으로 꼽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어 선정에서 제외하였다.
『503호 열차』는 이미 정채봉 문학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작품성이나 내용 전개는 뛰어나지만, 제시된 서술 분량으로 역사적 사실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으며 각 인물의 캐릭터를 통해 시대적 맥락과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따라서 본 위원회는 책 자체의 미덕에도 불구하고 『503호 열차』도 수상작에는 포함시키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본심위원 허병두(위원장), 강민경, 김기정, 윤준기, 이동욱, 최정아, 최혜주, 한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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