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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에서 “모더니티의 경계에서: 인종, 계급, 성과 젠더, 영화로 다시 읽기”라는 주제로 마련한 총 다섯 개의 강좌는 영화라는 매체가 근대성을 담아내고, 또 넘어서려는 시도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하며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강좌의 첫 번째 매듭을 풀었던 이형식 교수님의 “백인성(Whiteness)구축의 도구로서의 미국영화”는 기정값(default)으로 정해져 있는 “백인”의 담론에 의문을 제기하며 인종이라는 용어가 떠올리는 이미지에는 백인을 제외한 나머지, 흑인, 아사이아인, 북미 원주민들 섞여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강연을 시작하였다.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white niggers”라 칭해졌던 사례들과, 처음부터 “black”으로 불린 유태인들과 이탈리아 이민의 경우를 통해 백인과 백인이 아닌 것이라는 이분법으로 순수한 백인성을 구축하려는 시도들을 차례로 설명하였다. 인종적 우월성을 강조하며 모든 부정적 특성을 타자에게 투여하려는 사례로서 1930년대 금발의 여배우들이 유행했던 상황을 읽어내는 시도 또한 신선하게 다가왔다. 반대로 인종 묘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품들로 <크래시>(2004)와 <그랜 토리노>(2008)가 어떻게 인종문제를 흑백의 갈등구조가 아니라 다인종간의 갈등으로, 또는 인종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 갈등으로 승화시켜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서사의 구조뿐만 아니라, 카메라 기법 (클로즈업, 오버헤드 샷, 편집, 음악)등이 어떠한 방식으로 인종의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어떠한 방식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강의는 영화매체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최영진 교수님의 두 번째 강좌 “몽타쥬, 사유, 모더니티”에서는 영화의 역사는 몽타주(Montage)의 역사라고 정의하며 영상기술, 영상이론, 극장, 새로운 표현 수단과 표현 형식들과 이를 경험하는 방식의 변화들에 대해 논의하였다. 몽타주는 전체를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가를 사유하는 방법으로서 이미지가 어떻게 사유와 연결되는 지점으로서 작용하는지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근대적 시공간의 경험은 서사가 올곧게 진행되지 못하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고, 몽타쥬는 이러한 시간에 대한 응축, 수렵, 또는 편집에 집중한다는 것을 다양한 영화를 통해 살펴보았다. 이는 기승전결의 수렴적 서사구조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서사를 끊고 붙이는 지점에서 힘을 얻는 방식들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이택광 교수님의 세 번째 강좌 “중간계급 만들기: 영화와 국가건설”은 앞에 이어졌던 두 개의 강좌와는 다르게 한국영화를 중심으로 아시아가 어떻게 계획개발 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사실은 기록영화를 상영하던 국립영화제작소가 공보부 산하로 승격되어 국정 홍보영화를 제작하고 상영하던 기관이었다는 설명을 통해 국가를 재현하는 방식들이 정부를 중심으로 만들어 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팔도강산>과 같은 영화에는 박정희 정권의 가족문화정책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고, 영화의 주인공은 박정희 체제가 지향했던 근대적 주체로서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장 근대적인 영화기법과 시선들을 이용하면서 근대성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성을 옹호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영화뿐만 아니라 근대가요인 트로트 장르를 보여주며, 나훈아의 “고향역”, 남진의 “님과 함께”, 그리고 윤수일의 “아파트”를, 도시로 갔다가 고향에 돌아오는 남자의 시선이나, 아파트 개발의 과정으로서 읽어보는 시도들이 새롭게 느껴졌다.
몰리 킴 교수님의 “니카츠 스튜디오의 로망포르노 영화”는 일본영화매체와 일본영화 시장을 바라 볼 수 있는 새로운 기회였는데, 로망포르노라는 장르가 텔레비전의 부상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유입으로 인한 불황기에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선택한 생존전략이었다는 맥락을 들을 수 있었다. 생존전략으로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니카츠 로망포르노가 미학적으로도 얼마나 뛰어난 미장센 기법을 사용하였고, 철저하게 독립영화로서의 장르를 지켜왔는지를 보여주며 독특한 예술영화의 입지와 금기시 되던 이슈를 주류시장으로 끌어올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영화라는 매체가 얼마나 시장의 형성과, 정부의 검열정책, 그리고 대중의 문화 속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받고 반대로 어떻게 문화를 형성하고 이끌어내는지 고민해 보는 기회였다.
시민강좌의 마지막 순서였던 김청강 교수님의 "바디(Body) 스펙타클: 한국 영화 속 젠더와 섹슈얼리티”는 한국영화에서 여성이 어떻게 재현되는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40-70년대의 영화들은 정권에 따른 검열 때문에 재현하는 방식들이 정형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카메라 시선에 정치성이 있고 따라서 폭력적이기도 했는데, 이와는 반대로 근대여성이 활보하는 공간으로서의 도시 또는 호텔과 같은 공공장소를 보여주는 <미몽>이나, 1956년 <자유부인>, 1944년 <병정님>의 여성의 몸을 따라다니는 카메라의 시선을 함께 살펴보며, 남성의 시선과는 다른 여성 관객의 능동적 시각을 보여주는 시도들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근대성은 면면히 검토하면 단일한 통합적 이데올로기나 세계관으로 쉽게 종합될 수 없으며 관객성 또한 보는 주체에 (인종, 계급, 성과 젠더) 따라 영화의 의도와 상관없이 크게 변화할 수 있다는 김청강 교수님의 마지막 주장은 어쩌면 한 달 동안 진행됐던 본 강좌를 아우르는 가장 핵심적인 표현이라고 여겨진다.
작성자 : 장혜선(한양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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