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6일(금)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젠더연구팀’은 <‘감정’ (다시) 읽기: 수치, 혐오, 욕망, 좌절, 우울, 흥미의 문화 정치학>이라는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학술회의에서는 ‘감정’과 ‘젠더’/‘섹슈얼리티’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문화의 계보를 추적하였다. 개인이나 집단의 감정과 그것의 문화적 실천이 가지는 정치성은 일상성 이해에 핵심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의해 생산 재생산 되는 가부장적 성차별 문화, 그리고 저항과 변화가 만들어지는 일상 공간에서 ‘감정’이 수행하는 역할에 주목하는 5개의 연구 발표가 있었다.
먼저 홍양희는 식민지 형법의 강간죄 규정, 법의 집행, 그리고 사회적 담론 분석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가 받는 사회적 압력과 거기에서 ‘감정’이 작동되는 그 시대의 문화 정치학을 분석하였다. 이어, 이정선은 식민지기 일본인(내지인)과 한국인(조선인)이 연애하고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떻게 존재했고 또 작동했는지를 분석하였다. 김청강은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의 대중문화에 발생한 기이한 현상, 즉 폭발적으로 만들어진 ‘섹스영화’들을 분석하여, 그것이 구사하는 성 정치에 주목한다. 나아가, 김은경은 기지촌 성매매 여성의 일상적인 우울과 중독, 고통과 자살을 고찰한다. 기지촌 여성의 은어와 구술을 통해 ‘위안’하는 주체의 ‘우울’을 해석하여 그것의 문화 정치를 의미화 하였다. 끝으로, 허윤은 1960년대에 등장한, ‘단지 흥미로울 뿐’ 아무런 비평적, 미학적 가치를 갖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던 ‘여대생’ 소설을 통해 독자 대중의 욕망과 감수성 및 ‘통속’의 미학적 범주를 분석하였다.
발표가 끝난 이후에는 많은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열띤 토론의 장이 이어졌다. 이를 통해, 일상을 살아가는 개인-여성 혹은 남성 혹은 퀴어-들이 경험하고 실천하는 ‘감정’은 사실상 인간 개인과 사회를 접합시키는 기제이자 사회적 권력 관계를 추동하는 힘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다. 감정을 집합적이고 사회 문화적인 현상으로 분석하는 이번 학술회의는 이성 대 감정, 정신 대 육체, 사회 대 개인, 여성 대 남성 등 근대의 이분법적 사유체계의 해체 혹은 재구성을 통해 페미니스트 문화연구에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한 시도였다. 개인의 감정을 통해 권력이 작동되는 방식과 사회적 의미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냄으로써, 변화를 위한 단초가 지속적으로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작성자 : 홍양희(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