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소장 임지현)는 지난 2012년 7월 15일(일)부터 18일(수)까지 동대학 백남학술정보관에서, 제 3회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비행대학(The Flying University of Transnational Humanities)”을 개최했다. HK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 행사는 국민국가 중심의 인식론적 틀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는 전 세계의 연구자들과 대학원생들을 위해 2010년부터 해마다 서울에서 개최되어온 하계대학이다.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비행대학의 첫 3년 간 대주제인 “Borders(국경)”를 마무리하는 제 3회 비행대학의 소주제는 “지식의 경계(Borders of Knowledge)”였다.
국내외 학자들 초청 강연은 트랜스내셔널 관점에서 “지식의 경계”가 구성되고 삭제되는 역사와 과정에 대한 통찰력을 제시했다. 첫날 요한 하일브론(Johan Heilbron, 유럽사회학 정치학센터)은 “부상하는 세계체제로서의 사회과학”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지식의 순환이라는 관점에서 사회과학이 역사적으로 발전해 온 과정을 유럽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았다. 둘째 날에는 크리스찬 플렉(Christian Fleck, 오스트리아 그라츠대학)과 앨리스 콘클린(Alice Conklin, 오하이오 주립대)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플렉은 “사회과학과 인문학의 역사 서술에서 사용되는 방법론에 관한 견해”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사회과학과 인문학의 역사가 서술되는 다양한 방식을 비교했다. “사회적 신화로서의 인종: 2차 대전 이후 국제적으로 등장한 과학적 반인종주의”를 강연한 콘클린은 1920-30년대 사회-문화인류학분과의 태동과 2차 대전 이후 프랑스 사회과학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 반인종주의의 국제적 확산 과정을 살펴보았다. 셋째 날 강연을 담당했던 요아브 디카푸아(Yoav Di-Capua, 텍사스 주립대), 파티 판(Fa-ti Fan, 뉴욕주립대)은 각각 “트랜스내셔널 아랍 사상과 1960년대의 글로벌 문화,” “과학사에서의 글로벌 전환”에 대해 토의했다. 디카푸아는 독립 이후 새로운 아랍주체를 발명하기 위한 젋은 세대 아랍 사상가들의 지적 작업이 매우 트랜스내셔널한 속성을 띠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아랍 외부의 60년대 해방담론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음을 강조했다. 과학사 연구자인 판은 (과학)지식의 이동을 유통 혹은 거래의 차원으로 접근하는 연구들의 통찰과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행사의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식민지 조선시대 문화를 연구하는 마이클 김(Michael Kim, 연세대 국제대학원)이 “언어적 분리를 가로질러: 조선의 식민지 지식생산의 경계”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했다. 이 강연에서 김은 식민지 조선에 대한 지식의 생산, 확산 및 수용 과정이 상당 부분 조선어가 아닌 일본어를 매개로 이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러한 언어적 분리와 지식의 정치경제의 상호관계를 검토했다.
학생발표세션에는 미국 코넬대, 프랑스 ENS Cachan, 독일 에르푸르트대학 등 세계의 유수대학과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KAIST 등 국내 유수대학에서 모인 22명의 대학원생들과 최근에 박사학위를 받은 젊은 학자들이 참가했다. 연구지역과 대상, 소속 학문분과는 다양했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식의 경계가 구성되고 삭제되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공유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비행대학은 2013년에는 독일의 라이프찌히 대학, 2014년에는 미국의 피츠버그 대학으로 ‘비행’하여 지난 3년간 비교역사문화연구소가 시도했던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의 토대를 확산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작성자: 권은혜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