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0일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는 ‘폭력과 소통’이라는 주제 그리고 ‘지구화 시대의 정의를 위하여’라는 부제를 가지고 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당일 학술회의는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온 종일 진지한 토론으로 이어졌다. 필자는 발표자 중 한 사람으로 참가했다.
이 학술회의는 지구화 시대의 폭력의 실상에 대한 학제적 고찰에 기초하여 그러한 폭력을 넘어서는 정의와 소통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취지하에 기획되었다. 이 취지에 부응하여 7명의 발표자와 7명의 토론자가 지정되었으며, 이들은 문학, 역사학, 철학, 정치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로 구성되었다.
7개의 발표 중 서두의 두 발표와 최종 발표는 철학적 모색의 성격이 강했다. 먼저 문성훈(서울여자대학교)은 인정이론적 입장에서 지구화 시대의 폭력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고, 뒤이어 이문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경계에 대한 최근의 철학적 작업들을 기초로 지구화 시대의 폭력에 대한 성찰을 시도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김원식(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발표는 낸시 프레이저의 논의에 기초하여 지구화 시대의 부정의가 가지는 복잡성과 다차원성에 주목하였다.
중간의 4발표에서는 먼저 공진성(조선대학교)이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으며, 이어서 이창남(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은 2차 대전 당시 베를린에서 자행된 전시강간 사례를 통해 정의론의 임계점을 성찰하였고, 노용석(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은 라틴 아메리카 유해 발굴이 가지는 정치적 함의를 분석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형섭(한양대학교)은 고문과 잔혹의 서사에 대한 문학적 분석을 시도하였다.
이렇게 이 날 학술회의는 다양한 시각에서 지구화 시대의 폭력들의 양상에 대한 깊은 성찰들이 함께 어우러졌다. 오늘날 가속화 되는 지구화 과정은 한편으로 인류에게 새로운 도약의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존의 제도로 대응하기 어려운 다양한 새로운 도전들을 제기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본과 정보의 흐름 그리고 대규모 이주는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그리고 심각한 사회적 부정의들을 야기하고 있지만, 아직 이러한 부정의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국제적 제도는 부재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도전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상상력을 동원한 대안의 모색이다. 이 날의 학술회의는 지구화 시대에 폭력을 동반하는 부정의에 대한 경험적이고 역사적인 고찰과 그에 대한 인문학적 비판들이 어우러지면서 우리에게 풍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고, 보다 폭넚은 범주의 지구적 정의 개념을 정초하기 위한 전망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었다.
작성자: 김원식(국가안보전략연구원 INSS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