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29일 본 연구소는 한국구술사학회와 공동으로 “경계를 넘은 사람들의 생활세계와 구술사”라는 제목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해방과 분단 70주년을 맞이하여 그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된 본 학술대회는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제1부에서는 식민지배와 냉전 하에서 형성된 민족적, 국가적 경계를 넘나든 사람들의 역사와 그 의미를 되짚어 보는 내용들이 발표되었다. 제2부에서는 대만과 일본, 한국에서의 구술사 연구의 현황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제1부의 첫 발표를 맡은 노용석 선생님은 남부군으로서 활동하였던 김OO씨의 구술과 그가 남긴 “남부군 실록”의 내용을 소개하였다. 김OO는 출옥 이후에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여 사장님이 되는 등 “신념의 강자” 혹은 “빨갱이”라는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빨치산에 관한 전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있는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구술과 회고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OO의 구술과 그가 남긴 자료는 앞으로 한국 현대사의 귀중한 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 발표에 나선 김재룡 선생님은 자신의 부친의 사망과 관련된 사건을 중심으로 한 병사의 순직을 둘러싼 기억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발표자 자신의 부친에게 일어난 일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분단과 그로부터 비롯된 군복무와 병사라는 일련의 사건이 남은 가족들에게 가져다 준 고통을 생생히 증언하였으나, 연구자와 연구대상 간의 거리두기가 어렵고 분석이 결여되어 있다는 토론자의 비평이 있었다. 세 번째 발표는 청주지역의 시민운동단체 활동가들의 세대 간 차이에 관한 내용을 최종숙 선생님이 맡아주었다. 심층면접을 통해 386세대, X세대, 88만원 세대 활동가 사이의 동질성과 차별성을 살펴보았고 개인주의에 대해서는 세대별 차이가 두드러졌으나 물질주의에 대해서는 세대간 차이가 크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여러 사람을 만나 심층면접을 하느라 연구과정은 고되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결론이 다소 밋밋한 것이 아닌가 하는 토론자의 지적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박찬승 선생님은 전라남도 완도군 소안면 사람들이 겪은 분단과 전쟁에 관하여 발표하였다. 완도군은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이 특히 많았던 곳으로 식민지시기 사회주의 운동이 활발했고 그것이 해방 이후 좌우익의 대립과 갈등으로 다시 전쟁기에 좌우익에 의한 상호 보복으로 이어지며 많은 희생자를 내었던 비운의 역사를 소개하였다.
제2부에서는 일본에서 오신 송연옥 선생님과 대만에서 오신 종숙민 선생님, 그리고 한국의 이상록 선생님이 각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술사 연구의 현황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각 나라마다 구술사가 형성, 발전되어 온 역사적 맥락은 달랐지만, 당면하고 있는 쟁점들은 거의 비슷하다는 점에서 상호소통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다. 국가와 구술사의 관계, 구술사 연구에서 구술자의 침묵, 망각 등의 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등의 심도 깊은 문제를 열정적으로 토론하였다.
작성자: 소현숙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