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소에서 1년에 봄, 가을 두 번에 걸쳐
개설하는 시민강좌가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詩人과 그의 時代>를
주제로 열렸다. 문학강좌는 처음이었지만 비교적 성황리에 대중들과 만나는 좋은 자리가 되었던 것 같다. 윤동주, 이육사, 임화, 백석, 김수영 등 한국 근현대 문학의 주요 작가들을 대상으로 현직
비평가, 시인, 역사학자 등이 강사진으로 참여하여 11월 5회에 걸쳐 알차고 전문적인 강연을 했다. 강좌 참여 신청자는 49명이었고,
겨울 초입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회 25-30 여명이 꾸준히 참석하였다.
이번 강연들에서 특징적인 것은 대중적 강연이면서도 학술적 의미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윤동주
강좌를 맡아준 평론가 유성호 교수는 국내 학계에서 소위 미숙한 시인 윤동주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그의 도덕적 지향과 짧은 작품활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숭고한 수준의 시적 세계를 펼쳐나간 점을 평가하였다. 이육사 강좌를 맡아준 역사학자 도진순 교수 역시
기존 학계에서 잘 해석되지 못했거나 잘못 해석된 이육사 시편들의 부분들을 철저한 텍스트 고증과 현장에 대한 고민을 통해서 해결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또한 임화 강좌를 진행해준 이경수 교수도 작가가 가진 시적 세계에 대한 깊은 해설과 역사적 현실의 쟁점들을
짚어 주었다. 강연자 가운데 안도현 시인은 최근 백석 평전을 출간하기도 하였는데, 이를 바탕으로 한국 근현대 詩史에서 백석의 위치를 복원하는 일의 중요성을 환기시켜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김수영 강연에서 김응교 교수는 김수영의 여러 주요한 작품들을 일별하고, 시인 개인의 알려지지 않은 이모저모의 사실들을 통해 흥미로운 강연을 해주었다.
시와 시인은 시대의 자산이다. 근현대 역사의 질곡 속에서도 우리에게 이렇게 좋은 시와 시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강연들이었다. 그리고 참여한 대중들도 시의 애독자에서 전문적 연구자까지 다양했고, 시인과 그의 시대에 대한 의미심장한 질문과 대답도 이루어졌다. 이번
강좌는 비교역사문화연구소를 대중에게 알리는 값진 기회이기도 했고, 그 자리에서 상아탑의 연구자들이 대중들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작성자: 이창남 HK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