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토) 트랜스내셔널 인문학 시민답사 “태안반도의 역사와 자연을 걷다”가 실시되었다. 2016년의 내포에 이어 충청남도로 향하는 두 번째 여행길이었다. 이번에는 서해안고속도로 진출을 감안하여 사당역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일찌감치 집합장소로 나가 살펴보니 여간 복잡한 상황이 아니었다. 저녁 뉴스에 나올 법한 옷차림과 분위기의 상춘객들이 이곳저곳에서 흘러넘치고, 45인승 관광버스들이 위태롭게 뒤엉켜 있었다. 내심 낭패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우리 일정에 앞서 길을 나서는 차량들이 있어 큰 탈 없이 시민들을 맞이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답사지역인 태안읍성에는 오후 12시에 도착했다. 현지에서 권문선 문화관광해설사와 합류하여 일정을 진행했다. 읍사무소 뒤편에서 출발하여 읍성, 경이정, 목애당의 순으로 유적들을 살펴보았다. 3월에 사전답사를 왔을 때는 어딘지 모르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는데, 불과 한 달 새 숨어 있던 봄 것들이 나와 제법 볼 만한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태안읍성을 뒤로 한 일행은 바다를 향해 30분을 달려 안흥진성에 도착했다. 안흥진성에 대한 간단한 해설을 들은 후 곧바로 성내의 언덕배기에 위치한 태국사로 향했는데, 그곳에서 바라본 경치는 정말이지 장관이었다. 왜 이곳에 진성이 마련되었는지 한 눈에 알아볼 만한 풍경이었다. 평지로 내려오는 길에는 안흥진성의 북문에 들렀다. 북문은 현지인이 아니면 알기 힘든 곳에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라 그런지 한층 예스러움이 느껴졌다.
태국사로 올라가는 길에 이미 시민 한 분이 배고프다고 강력히 어필했던 터였다. 어느덧 2시. 안흥진성 근처 신진도에 예약해둔 식당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참 늦어진 끼니에 맛까지 덜 하면 곤란하다 싶었는데, 다행히 참가자들 모두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답사의 꽃은 식사라는 굳은 신념이 있는 필자로서는 큰 짐을 덜은 셈이었다.
점심 후에는 소근진성으로 향했다. 역시 현지인이 아니면 상상하기 어려운 곳에 버스를 세우고 오붓한 산길을 따라 한 10분쯤 걸었던 것 같다. 소근진성은 본래 바다를 마주하는 주요 성곽 중 하나였는데, 현재는 지형 변화로 인해 작은 산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곳이 아니라 그런지 안흥진성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었다.
소근진성을 나선 일행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신두리 해안사구로 향했다. 바닷바람에 씻긴 모래언덕.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마주치기 힘든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그 너머로 화력발전소 굴뚝이 여럿 보이는 것도 참 이채로웠다. 대표성을 지니는 곳인 만큼 잘 보존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번 여행길에는 10 살배기 아이들이 셋 있었는데, 해안사구는 올망졸망 녀석들의 좋은 놀이터가 되어 주었다.
마지막 답사지역은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인 이종일 선생 기념관이었다. 기념관은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시공이 부실했는지 바닥이 많이 갈라져 있었다. 그나마 지자체에서 관심을 기울여 관리하는 곳이라는 설명이었다. 기념관 앞마당에 조성된 한국영토 모양의 화단, 생가 터 옆으로 우뚝 솟은 6.25전쟁 관련 오브제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번 답사에도 예전 답사에 참가했던 시민들이 다수 참가했다. 그 분들을 포함하여 총 서른 세 분이 여행길을 함께 했다. 2015년 가을의 첫 번째 답사부터 현재까지 답사 프로그램을 통해 100명 정도의 시민들과 인연을 맺었다. 가을, 그리고 또 한 번의 봄 답사로 좋은 인연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성자: HK연구교수 이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