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초록:
우리 역사에 깊은 상처를 남긴 일제 식민시기를 살아간 조선민족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반응했을까. 오늘날 정치, 경제, 사회, 학술 등 각 분야에 여전히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저자는 근대 문명의 충격과 제국주의의 힘에 휩쓸린 식민지민의 ‘감정’에 주목하여, 식민지배의 경험이란 본질적으로 트라우마, 외상의 경험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식민화를 문명화라 정당화하는 사태를 맞아 집단 불안과, 자신을 보호가기 위한 방어기제가 발현되었다는 주장을 다양한 자료를 섭렵하며 꼼꼼히 그려낸다.
식민지민의 트라우마는 근대성 그리고 식민지배의 두 가지 집단경험이 뒤섞인다. 저자는 식민지민의 트라우마를 역사화하기 위해 식민지민에게 가해진 외상들을 재구성해 식민지민의 민족주의는 사실 민족적 감정의 다른 이름이며 식민지민의 진정한 자아는 그의 말도, 행동도, 스타일도 아닌 감정으로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개념과 프란츠 파농의 비판을 수용하고 있다.
서구 열강의 근대성과 문명 앞에서 스스로의 열등성을 충격적으로 자각한 이래 식민지민의 모욕과 수치심은 이민족과의 관계에서 분노, 공격성, 그리고 자기파괴적인 무력감을 야기했다. 민족모욕과 국치의 경험이 민족감정을 도발하고 민족감정은 다시 경제성장과 근대화를 목표로 흘러갔다. 물질적 부를 향한,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향한, 학력과 명예를 향한 열망 역시 이러한 공격성의 표출이다.
저자 약력:
유선영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HK교수)
저자 유선영은 이화여자대학교를 거쳐 고려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신문학을 전공했다. 일본 식민지배 시기 한국의 대중문화, 정체성, 대중형성 과정과 역사를 탈식민주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문화의 식민성, 미국화, 일본화의 중첩된 구성과정을 해체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최근의 주요 연구저서로는 『한국미디어 사회문화사』(2007), 『신문의 미래』(2009), 『지금, 여기, 여성적 삶과 문화』(2013), 『동아 트라우마』(2013), 『미디어와 한국현대사』 (2016)가 있다. 이 외에도 홑눈정체성, 한국의 초기영화 관람과 문화적 수용, 식민지 대중가요(신민요)의 잡종화, 초기영화 관객성, 식민지 외화관람과 문화적 실천, 근대적 대중의 형성, 근대주체의 형성, 아메리카나이제이션, 식민지 미국의 헤게모니 등을 분석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