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들어서 북한이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에서는 또다시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금도 계속되는 전쟁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1950년에 발생한 한국전쟁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전쟁은 국제적으로 냉전체제가 출현한 이후 최초로 발생한 열전(熱戰)이었다. 그러나 이 전쟁은 공식적으로 종전되지 않았고, 전쟁의 결과 탄생한 정전체제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한양대학교 비교역사문화연구소와 푸른역사 아카데미가 공동 주최한 시민강좌 “위기의 한반도: 한국 전쟁을 다시 보다”는 정치사·전쟁사를 넘어서 한국전쟁의 구조적 원인, 한미관계, 전쟁과 문화매체, 폭격의 군사정치학을 탐구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첫 번째 강연 “한국전쟁, 피할 수 없는 전쟁이었나”에서 김계동 건국대학교 초빙교수는 한국전쟁의 기원, 서방진영의 개입의 성격 및 유엔군의 참전목적 등 한국전쟁에 관련된 본원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이에 답하는 형식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더불어 중국군의 한국전쟁 참전 이유와 목적 등을 중국의 시각에서 설명함으로써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1951년 5월에 시작되어 2년 넘게 진행되었던 휴전협상의 최대쟁점을 쉽고도 명쾌하게 분석 제시하였다.
두 번째 강연의 연사인 박동찬 한양대 사학과 강의교수는 1948년 8월 15일 임시군사고문단으로 출발해 1971년 4월 1일 주한미합동군사원조단에 통합될 때까지 약 23년간 한국에 존재했던 미국의 군사자문기구인 주한미군사고문단(U.S. Military Advisory Group to the Republic of Korea: KMAG)의 성격과 활동에 초점을 맞춰 “한국전쟁과 한미관계”를 조명했다. 박교수는 군사고문단의 설치는 유럽 중심의 냉전(Cold War)이 중동과 아시아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중요한 사례였음을 강조하며, 따라서 군사고문단을 통해서 우리는 세계 냉전의 형성과정과 그 과정 속에서 발생한 국지적 열전인 한국전쟁의 원인과 배경, 과정,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 강연 “시각화된 구원, 시각화된 파괴: 전쟁사진”에서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전쟁을 기억하는데 있어서 가장 강렬한 매체이자 맥락에 따라 의미의 왜곡화를 야기할 수 있는 전쟁사진에 대해 강연을 진행했다.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에서 가장 강력한 이미지 가운데 하나가 미군과 유엔의 구원 이미지이다. 강교수는 공산악마의 침략을 심판하고 한국을 군사적으로 구원하러 온 하나님의 십자군 미군과 유엔이라는 이미지와 한국에 대한 인도주의적 구호와 경제 원조 및 재건에 힘쓰는 구세주 미군과 유엔이라는 이미지가 강력하게 자리하고 있음을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구원이라는 시각화된 이미지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사각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청중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흥미롭고 독특한 관점을 제시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네 번째 강연에서 김영희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객원교수는 “한국전쟁기 미디어의 이해”라는 주제로 한국전쟁이라는 비상한 상황에서 전개된 한국 사회의 미디어 현상 전반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세 차원의 접근방식을 제시하였다. 첫째, 남한 사회에 전개된 미디어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서 전쟁기간 이승만정부의 언론정책을 분석했고 둘째, 전쟁 이전부터 존재했던 기존 미디어들이 전쟁기간 어떤 변화를 겪으며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었는지 설명하였다. 마지막으로 김교수는 전쟁발발과 함께 한국을 대상으로 운영한 미국과 북한의 미디어들을 논의함으로써 한국 전쟁기 미디어의 성격과 역할을 흥미롭고 다층적으로 설명했다.
마지막 강연 “한국전쟁과 폭격”에서 김태우 한국외대 한국학과 교수는 한국전쟁 초기 3개월 동안의 북한지역 ‘정밀폭격정책’의 채택 배경과 추진 과정, 1950년 11월 초토화정책의 실상, 정전협상기 철도차단작전과 항공압력전략의 결정 과정과 민간인 희생 구조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당대 미국 문서와 사진을 소개해 청중들로 하여금 폭격의 실상과 전쟁의 비극적 참상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김교수의 강의는 현재 한반도의 위기상황과 특히 북한의 대응방식에 관해 시사하는 바가 커서 청중들의 많은 관심과 질의를 끌어냈다.
긴 추석 연휴 후에 바로 시작된 시민강좌임에도 불구하고, 강연 주제의 시의성과 다양성 덕분에 많은 청중들이 참여해 주셨다. 일반 언론에서 접하기 어려운 한반도의 현재 위기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하는 방식을 진지한 학문적 성찰과 실천적 지식화로 제시해 준 강연자 선생님들의 훌륭한 강의는 청중들의 지적 목마름을 축여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이번 시민강좌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을 주신 푸른역사 아카데미와 비교문화역사연구소의 실무진에게 감사드리며 후기를 마친다.
작성자: 이형섭(HK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