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HK 트랜스내셔널인문학 사업단과 비교역사문화연구소는 2018년 4월 20일(금) 오후 4시에 트랜스내셔널인문학 콜로키움 강좌를 개최합니다.
HK 사업단의 일환으로 조직되는 트랜스내셔널인문학 콜로키움은 '근대/전근대', '서구/비서구', '민족'과 '국가' 등의 범주와 경계를 당연한 것으로 전제해온 기존 인문학/사회과학의 틀을 넘어 이들 범주를 문제화하는 맥락적인 시각을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 두 번째 행사로 4월 20일에는 한양대학교 사학과 강진아 선생님이 올해 출간하신 <이주와 유통으로 본 근대 동아시아 경제사> (아연출판부, 2018)를 중심으로 저자와의 대화가 열립니다.
토론자로는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의 김태웅 선생님과 상명대학교 경영학부의 김희신 선생님이 참여하십니다.
관심 있는 학생, 교수, 연구자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 드리며, 아울러 주변에 널리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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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이주와 유통으로 본 근대 동아시아 경제사
저 자: 강진아 (한양대학교)
토 론: 김태웅(서울대학교), 김희신(상명대학교)
일 시: 2018년 4월 20일(금) 오후 4:00-6:00
장 소: 한양대학교 인문과학대학 316호
주 최: 한양대학교 HK 트랜스내셔널인문학 사업단 / 비교역사문화연구소
후 원: 한국연구재단
문 의: 02-2220-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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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초록:
동아시아에서 근대란 역사주체들이 서세동점 하에서 치열하게 생존을 모색하던 시대였으나, 그것은 국가, 혹은 정치권력이기도 했지만 개인이기도 했다. 근대가 가져온 격변이 오로지 비용만 치르게 한 것이 아니라,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는 점에서도 국가나 개인이나 마찬가지였다. 동아시아 국제질서에서 변방과 중심의 전복이 발생했고(중국과 일본), 그 과정에서 어떤 지역은 오랜 역사를 공유한 이웃에게서 생소한 "식민지"라는 상태를 강제당하기도 했다(조선, 타이완, 류큐).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신문명과 신기술, 신사상을 수입하고 모방하였으며, 나름대로 자신의 "근대"로 소화했다. 마을에서 일생을 마감하던 동아시아 사람들은 어느 지역보다 격렬한 이동의 흐름에 동승하는데, 이제는 촌에서 개항장이라는 신도시로의 진출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동아시아 각 지로, 태평양을 건너 미주와 오세아니아 대륙으로 이주하였다. 이주에는 노동자도 많았지만, 재빨리 시류에 편승한 상인들은 서구 상인과 손을 잡고 해외로 진출하여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도 하였다.
개항기에 조선에 와서 일제강점기까지 조선에서 최대의 화교 상인으로 손꼽혔던 동순태호와 담씨 가문 역시 이러한 이주와 물류의 확대 과정 속에서 조선에 진출하였다. 동순태호의 역사는 근대 동아시아 국제무역의 확대 과정 속에서 잽싸게 1등석을 확보할 수 있었던 광동성 출신의 화교 자본의 관점에서도 해석할 수 있으며, 또한 특이하게 전세계 화교 자본의 역사에서 정치적 특혜를 노골적으로 누렸던 조선 화교의 전형이라는 시각에서도 읽힐 수 있다. 담씨 가문의 흥망성쇠를 통해 바로 이러한 광동 화교 자본, 그리고 조선 화교 자본의 up & down의 역동학을 해부할 수 있다. 또 그 강력한 변수로서 일본 제국주의의 성장뿐 아니라 일본 자본주의의 발전과 상사자본의 성장 역시 주목해야할 것이다.
상인 자본의 영역에서 펼쳐진 경쟁이 노동력 시장에서도 유사하게 재현되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선 안 된다. 일본시장에서 효과적으로 배제된 화교 노동력 대신에 사회적 이슈가 된 한인 이주 노동자, 한반도에서 펼쳐진 화교 노동자와 한인 노동자의 경쟁, 미주 지역에서 화교 노동자를 대체한 일본인 노동자, 연이은 "동양인 노동자"의 전면적 이주 금지 등은 단순히 동아시아에서 출발한 이주와 노동의 경쟁이 지역 내에서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한 차원에서 전개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주제가 천착할 가치가 있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과 민족주의로 복류했던 상인 디아스포라[화교 자본이든 어떠한 다른 이주민 자본까지 포괄하여], 그리고 수축되었던 노동 이민이, 1990년대 냉전 붕괴 이후 "전지구화"의 흐름을 타고 전면적으로 분출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0여 년, 이제 세계 각지에서 반이민, 보호무역, 신민족주의 내지 신국가주의의 구호가 외쳐지고 있다. 이 위기를 살펴볼 지혜가 바로 19세기 후반부터 확대된 이주와 유통이 하이라이트에 달했던 1920년대, 그 이후 급진적으로 세계대공황, 보호무역주의, 블럭경제, 파시즘으로 휩쓸려간 지난 역사 속에 숨어있을 지도 모른다.
저자 이력 :
한양대학교 사학과 교수, 중국근현대사, 동아시아 경제사 전공.
주요 저서로 『동순태호: 동아시아 화교 자본과 근대 조선』(경북대학교출판부, 2011), 『문명제국에서 국민국가로』(창비, 2009), 『1930년대 중국의 중앙・지방・상인』(서울대학교출판부, 2005)이 있다.
주요 역서로 『중국경제사』(경북대학교출판부, 2016), 『다시 보는 동아시아 근대사』(까치, 2011),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길, 2009), 『미완의 기획: 조선의 독립』(소와당, 2009), 『소일본주의』(소화, 2002)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