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 초록:
토키 이행이란, 제작과 배급, 상영 등 영화와 관련된 전 단계가 무성영화 시스템에서 발성영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경우는 서구에 비하여 오랫동안 토키 이행이 전개되면서 언어와 미디어 상황에 따라 다양한 층위의 상영 방식이 공존했고, 민족뿐 아니라 지역, 계급, 리터러시, 미디어 테크놀로지에 대한 접근성 등이 관람 경험을 중층화했다. 영화는 토키 이행을 거치며 비로소 자기완결적인 상품이자 복제된 표상미디어가 되었고, 민족과 지역, 국경을 넘나드는 트랜스내셔널한 유동성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조선의 영화와 영화 문화는 토키 이행이 제국 일본의 전시 체제 재편과 거의 동시적으로 진행되면서 마이너리티 지역 시장의 독자적 생존을 위협받았고, 제국적 언어 편제의 위계화 및 기능 분화와 맞물려 재위치되었다. <소리의 정치>는 ‘동족(어) 공간’으로서 식민지 극장의 재개념화, ‘식민지/제국’의 언어 편제와 발성영화의 제작-배급-수용의 상관성, 동아시아 영화 네트워크의 형성과 필름의 트랜스내셔널한 유동성 등을 고찰함으로써, 혈족․민족어․텍스트 중심의 영화사 서술을 해체하고, ‘식민지/제국 체제’의 불균등하고 비대칭적인 언어 상황에서 전개된 토키 이행의 역사적‧언어적‧정치적 조건을 부각시켰으며, 제작과 배급, 상영 등을 포함한 총체적 시각에서 영화와 그 환경의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
저자 약력: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교토대학 외국인공동연구자를 거쳐,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로 재직한 바 있으며, 현재는 연세대와 인하대에 출강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소리의 정치>, <조선영화―소리의 도입에서 친일영화까지>가 있고, <조선영화란 하何오>, <미디어와 한국현대사>, <백 년 동안의 진보>, <조선영화와 할리우드>, <전쟁과 극장> <월경하는 극장들>, <식민지 검열>, <기억과 전쟁>등의 공저가 있다. 동아시아에서 필름의 이동과 수용, 트랜스-퍼시픽 스타덤, 전쟁과 연예의 상관성 등에 관한 역사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랄리티(orality/aurality)’에 관한 이론적 탐색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